도미니크 나이트는 온타리오에서 태어났다. 그는 전형적인 백인 중류층 가정의 막내 아들이었고, 청소년기를 통틀어 미션 스쿨에서 교육받았다. 그는 냉소적인 남자였다. 사실 그가 냉소주의자가 된 것은 주변환경의 영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게이였다.
그는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자라났다. 그는 부모의 바람대로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어느 작은 마을로 발령받았다. 이민자들의 마을이었다. 도미니크는 하급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순했으며, 명랑하고 밝았다. 가난한 마을이었음에도 많은 교사들이 자신은 행복하다 말했다. 도미니크로 말하자면,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제자들에게서 기쁨을 느끼는 타입의 인간형이 못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고 자란 땅을 그리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삶에는 어떠한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꼈을 따름이다. 그의 삶은 메말랐으며 또 냉랭했다. 많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그는 완벽히 혼자였다.
그리고 봄이 왔고, 그의 삶에도 마침내 봄날이 찾아들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들을 맡게 되었다. 늘 그렇듯이 많은 아이들이 이민자의 자식이었다. 그들의 영어는 서툴었고 도미니크는 그들을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오래지 않은 동안, 그는 일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알아보려 해왔다. 그는 지쳐 있었다. 그에게 가르침은 보람이 되지 못했다.
"저, 선생님."
"무슨 일이지, 예브게냐?"
러시아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어에 능숙하지 않았지만 선한 아이였다. 유난히 작은 몸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지만, 도미니크는 예브게냐가 예의바른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음주에 있을 합창대회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그래, 말해보렴."
방과후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교한 뒤였고, 남은 몇몇 아이들도 집으로 가려 발을 재촉하고 있었다. 곧 교실에는 도미니크와 어린 예브게냐 둘만이 남았다. 도미니크는 제자에게 의자를 권했다. 예브게냐는 크고 둥그런 두 개의 안경알 뒤로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 제 사촌인 사샤가 자기는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워서 노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어요."
"흠, 왜 직접 사샤가 말하지 않고 네가 왔지?"
"그게, 제가... 제가 대신 무대에 서고 싶어요."
"네가?"
아이는, 어린 예브게냐는 잠시 주저했다. 그러나 이내 어떤 결심 같은 것이 그의 얼굴 위에 나타났다.
"네."
도미니크는 말했다. <어디 한 번 아무거나 불러보렴. 들어보고 결정하마.> 예브게냐는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미니크가 알지 못하는 러시아의 노래였다. 그러나 소년의 목소리가 인간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맑았다. 봄에 부는 산들바람 같은 노래였다. 도미니크는 정령들이 추는 춤을 본 듯한 기분에 빠졌다. 노래는 영롱하였고, 도미니크는 흡사 마법에 걸린 듯했다. 메마른 청년은 이내 그 목소리에 매혹되고 말았다.
노래가 끝나자 도미니크는 멍하니 앉아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린 예브게냐는 가엾게도 그만 의기소침해지고 말았다. 잠시 뒤에야 도미니크는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의 입술이 힘겹게 열렸다.
"예브게냐."
"네."
"왜 합창대회에 나갈 사람을 뽑을 때 손을 들지 않았니?"
"전 제가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 전 그냥 노래 부르는 게 좋을 뿐이에요."
도미니크는 진지한 눈길로 예브게냐를 주시했다. 그는 자신이 이 소년을 무대에 세우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마음 안쪽에서 어떤 느낌이 자라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감정을 소유욕이라 부를 것이다. 긍정적이지 못한.
"선생님?"
"예브게냐, 네 노래는 정말 최고였다. 하지만 사샤가 대회에 나가지 못한다면 불공평한 일일 거야. 그러니 미안하지만 대회에는 널 내보낼 수가 없다."
그러자 예브게냐의 두 뺨에 커다란 낙담이 생겨났다. "알겠어요. 사샤한테는 제가 전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 말을 남기고 아이는 떠났다. 이제 도미니크는 교실 안에 홀로 남겨졌다. 그의 얼굴은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의 심장은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기쁨의 고동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
다음날부터 도미니크는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눈에 띄게 아름답지도, 활기있지도 않았다. 움직임은 얌전했으며 눈동자에 떠오르는 표정들은 수줍었다. 아이는 크고 둥근 안경을 썼고 박색이었다. 그러나 도미니크는 생각했을 따름이다 : 그 매혹적인 목소리를.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목소리를 갖고 있을 것이다. 도미니크는 신의 음성을 다시 한 번 듣기를 원했다.
"예브게냐."
"네, 선생님."
교실 창문으로 햇살이 비추어드는 늦은 오후였다. 도미니크의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예브게냐만이 남아 있었다. 사촌인 사샤가 창유리를 힐금거리며 복도에서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너도 알겠지만 내일은 합창대회날이야. 참가자에서 제외되어서 많이 실망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널 좀 달래주고 싶은데, 그러니까, 만약 네가 가고 싶다면 내일 방과후에 널 피아노 연주회에 데려가고 싶은데, 어떻겠니?"
"정말이세요?"
"그럼."
아이의 뺨이 기쁨과 놀라움으로 빛났다. 그러나 일순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렇지만 엄마가 허락하실지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러시아에서 아빠는 가수였는데, 저희를 사랑해주지 않았거든요. 아빠는 새 애인과 결혼하려고 엄마와 이혼했어요. 그래서 엄마는 제가 노래부르는 걸 싫어하셔요."
"아.. 괜한 걸 물어봤구나."
"아니에요. 전 선생님하고 연주회에 가고 싶은데, 엄마가 만약 허락해주지 않으면 갈 수가 없어요."
예브게냐는 슬픈 것처럼 보였다. 그의 금빛 머리칼이 창밖의 노을로 차분히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미니크는 생각했다 : 이 빛깔을 소유하고 싶다고. 이유는 부재했고, 오직 욕망만이 존재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욕망. 도미니크 나이트는 이 아이가 가지고 싶었다.
"좋은 생각이 있다."
"뭔데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배웠을 거야. 그러니까, 만약 나와 함께 공연에 가고 싶거든, 어머니에게는 내가 네 작문과 문법을 봐준다고 하렴. 그러면 허락해 주실 거야."
"그래도..."
아이는 머뭇거리며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미니크가 부드럽게 말했다.
"예브게냐, 이건 나쁜 짓이 아니야. 넌 음악을 좋아하지 않니?"
"좋아해요. 하지만 선생님, 전..."
"알겠다. 넌 사라 윈드밀러의 피아노 연주회에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것 같구나. 안타깝지만 나 혼자 가도록 하마."
그러자 소년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초조해하는 듯 보였다. 도미니크는 내심 성공을 확신했다. 마침내 아이의 입술이 떨어졌다.
"알겠어요. 엄마에게 그렇게 말할게요. 허락을 받아오면 꼭 데려가 주셔야 해요."
"물론이란다."
도미니크는 웃음지었다. 이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다음날은 합창 대회 날이었다. 도미니크에게 말하게 하자면, 아이들의 노래를 듣는 것은 완전히 시간낭비였다. 음악을 모독하는 듯한 한참 부족한 노래들이었다. 그는 어린 예브게냐를 생각했다. 그는 어린 예브게냐가 부르는 노래를 오래도록 생각했다. 그것은 천상의 음악이요, 인간의 삶에 대한 찬가였다.
대회가 끝나고, 도미니크는 아이를 차에 태웠다. 그날 아침, 예브게냐는 말했다. <엄마가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이제 공연에 갈 수 있어요.> 그리고 도미니크와 예브게냐는 이웃 도시로 향했다.
그곳은 대도시였다. 아이는 눈과 입을 벌리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들을 보았다. 화려한 도시였다. 도미니크는 차를 몰아 도시 중앙부에 있는 콘서트홀로 향했다.
사라 윈드밀러는 북미 전체에서 스타급 피아니스트였다. 그녀의 음악은 우울했는데, 그것이 도미니크가 그녀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그녀의 음악은 건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선명하니 맑은 음색을 띠었다. 최상의 연주였다. 아이는 완전히 사라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예브게냐를 집으로 돌려보내며, 도미니크는 아이에게 감상을 물었다. 아이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도미니크가 말했다. <사라의 음반이 갖고 싶다면 사주마.> 그러자 예브게냐는 의아해하는 얼굴로, 머뭇거리듯 물었다.
"선생님은 왜 이렇게 저한테 잘해주세요?"
"난 그저 널 사랑하고, 그리고 네 노래를 사랑할 뿐이란다. 그러니 예브게냐, 내게 노래해주지 않겠니?"
"제가 해야 하는 다른 건 없나요?"
"그게 네가 날 위해 해줄 전부란다, 예브게냐."
"좋아요. 부를게요."
예브게냐는 곧 노래하기 시작했다. 도미니크는 미소지었다. 그는 아이의 노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이튿날부터 예브게냐의 노래를 듣는 일이 도미니크의 일과에 추가되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면, 아이는 그의 담임과 함께 교실에 남았다. 오롯한 두 사람만의 장소였다. 도미니크는 아이의 노래를 여러 번 들었고, 이따금 아이에게 음반을 주었다. 사라의 연주이거나, 발렌티나 리시차의 것이거나,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것이거나 했다. 물론, 그는 예브게냐에게 최신형 CD 플레이어 또한 사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들이 천사의 노래를 감상하는 대가로는 지나치게 싼 값이라고 생각했다.
때때로 도미니크는 예브게냐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노래를 시켰다. 그것이 그의 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매일 밤 아이를 생각하며 자위했다. 아이의 노래는 마지막 종달새의 노래이며 낙원으로 향하는 길을 여는 종소리였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는 천국의 아침과 같은 열락이 떠올랐다. 그는 눈물흘렸다.
어느날 도미니크는 그의 아파트에서 예브게냐에게 키스했다. 예브게냐는 저항했다. 그러나 도미니크는 아이의 입술을 집요하게 벌려 열고는, 마치 보물을 찾듯이 작은 혀를 탐했다. 충동의 폭발은 빨랐다. 아이의 몸은 희고 보드라웠으며 가냘펐다. 흡사 어린 동물의 몸 같았다. 아이를 범하는 동안 도미니크는 꽃 같은 목소리로 발해지는 울음소리에 환희를 느꼈다. "좀 더 울어보렴." 속삭이며, 그는 아이의 눈물을 핥았다. 달콤한 맛이 났다.
사정 후 도미니크는 아이의 몸을 오래도록 어루만졌다. 그는 예브게냐에게 로 험버트의 음반 두 장을 주고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도미니크는 예브게냐에게 정성들여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혔다. 금빛과 푸른빛 무명으로 주름잡힌 원피스는 아이의 창백한 피부와 잘 어울렸다. 금발머리가 꽃으로 장식된 베일 아래서 빛났다. 도미니크는 예브게냐의 얼굴을 희고 희게, 또 눈가를 어둡고 반짝이도록 칠했다. 그리고 붉게 입술을 발랐다. 발에는 금색 술이 둘러진 하이힐이 준비되었다. 아이는 붉게 빛나는 입술로 물었다. "선생님, 왜 저에게 이렇게 하시나요? 절 사랑하셔서 그런 건가요?" 그러면 도미니크는 대답했다. "물론이란다, 나의 예브게냐." 도미니크는 사진을 여러 장 찍었고, 그리고 아이를 안았다. 그것은 광적인 숭배였으며 또한 음습한 집착이었다.
어느날 아침, 도미니크가 집을 나서자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그는 옆집 사람이었지만 여태껏 도미니크는 한 차례도 그에게 인사를 건넨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도미니크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하세요?"
"교삽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요."
"전 프로듀서예요. 혹시 자녀분이 있으신가요?"
"아뇨."
"흠, 실례했군요. 가끔 남자아이의 노랫소리가 들려서요."
"아... 아마 제 제자인 것 같네요.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전 그냥 그 아이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요."
"네?"
남자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순 도미니크는 두려움을 느꼈다.
"아이만 괜찮다면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시키고 싶어서요."
그 말은 도미니크를 쇼크 상태로 몰아갔다. 그는 천사의 노래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도미니크는 온종일 무기력했다. 그의 내면은 아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골몰해 있었다. 아이는 그의 삶의 전부였다. 만일 예브게냐의 노래가 그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면, 그것은 그의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선생님?"
녹음기가 돌아가는 중이었다. 예브게냐는 방금 막 노래를 마쳤고, 지금은 의자에 앉아 부엌으로 간 도미니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미니크는 평소대로 부엌에서 아이에게 줄 음료수를 가져왔다. 그러나 오늘 그는 손에 들린 음료수를 내미는 대신 말했다.
"그게 아니지. 내 이름은 도미니크란다."
"어... 선생님?"
"그게 아니라니까. 도미니크라고 부르렴."
"...도미니크."
도미니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의 녹색 눈이 어떠한 흥분을 띄고 빛났다. 그는 예브게냐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예브게냐는 음료를 마셨다. 녹음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은 터져나온 마른 기침을 녹음할 수 있었다.
예브게냐가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는 거세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붙들었다. 도미니크는 그저 가만히 선 채로, 그 장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되는 양 바라보았다. 아이는 눈물 고인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그러자 도미니크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웃고 있었다. 환한 미소였다.
그날 밤, 도미니크는 짐을 싸고 목소리를 잃은 아이를 차에 태웠다. 그의 가방 속에는 천사의 마지막 노래가 녹음된 디스크가 들어 있었다. 그는 소년, 혹은 그의 천사, 혹은 울지 못하는 새를 데리고 이웃 도시로, 또 다른 마을로, 또 다른 도시로 떠났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한결같이 아이를 사랑했다. 그는 그로부터 13년을 더 살았고, 예브게냐 자신의 손에 죽었다. 그리고 그는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디스크였다. 도미니크는 그 디스크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그것은 예브게냐 자신에 의해 버려졌다. 그리고 예브게냐가 체포되고, 사형대에 오르기까지 살아남았다. 이제는 죽은 청년이 13년 전의 그 날 불렀던 마지막 노래의 제목은 다음의 것이다.
'롤리타'.
2009.12.25
이글루스 가든 - BL 소설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