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형제 짱 귀여워써ㅠㅠb 귀가 땡그랗고 눈도 땡그랗고 갸릉갸릉거리고 완전 사이좋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쇠창살 너머로 단장의 찌푸린 얼굴이 보인다. 손에는 채찍이 들려있다. 이런 젠장, 안 가면 안 됩니까? 이건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단장은 서슴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철썩, 땅을 때리며 먼지를 일으키는 채찍 가장 끝에는 유리조각이 붙어있다. 마치 뱀이 날름대는 갈라진 혀인 양 오싹 소름이 끼친다. 튀어나오려던 소리는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이런 젠장, 가면 될 거 아냐. 나는 비척비척 앞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미치지 않을 만큼만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난 오늘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콜로세움으로 이어진 통로는 지극히 짧았다. 제발 누군가 이 통로를 영원처럼 길게 느끼도록 해줬으면.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열 발자국도 안 되는 곳에서 차가운 벽돌이 끝나고, 햇살을 반사해 눈부시게 빛나는 대지가 펼쳐진다. 이제 곧 양지와 음지를 가르는 철창이 올라가겠지. 그러면 창살 너머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는 저 악마가 나를 끌어내, 내 뼈를 부수고 태양의 제단에 내 피를 봉헌하리라. 오 이런 젠장, 난 이제 죽었어! 끝장이야! 작살난다고!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단장님 제발. 철썩, 가차없다. 넷, 셋, 둘, 으악!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 심장이 이토록 격렬하게 내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오래 잊고 산 것 같다. 나는 덜덜 떨리는 턱을 들었다. 놈이 재차 철창으로 달려들었다! 맨발로 걷어차고 나무 몽둥이로 후려치며 녀석은 짐승처럼 그르렁거렸다. 해를 등져 그림자가 떨어진 얼굴에서 눈동자의 흰자위만이 번들거리며 빛났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놈이 나를 죽인다. 그래야 자신이 살 테니까!
철창이 올라갔다! 나는 숨을 들이켤 여유도 없이 태양 아래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로, 녀석의 몽둥이가 내가 있던 자리의 공기를 찢었다. 군중의 함성이 요란한 가운데도 선명히 들리는 그 파괴적인 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글거리는 거대한 태양, 그 아래 떠오른 원형 경기장의 관객석을 가득 메운 군중, 환호성, 야유, 기대감, 그리고,
달려드는 맹수. 갈기처럼 휘날리는 금갈색 머리카락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눈이 부시다. 곧바로 이어지는 통증. 얼굴을 제대로 가격당했다. 나는 뒤로 튕기듯 날았다. 경기장의 모래 위로 어깨부터 떨어졌다. 녀석이 서서히 다가온다. 부러진 나무 몽둥이를 내팽개치고, 온몸에서 풍기는 살의, 그리고 흉포한 미소와 함께.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다. 전신의 피가 서늘해진다. 설마 벌써 죽었나? 다리에 힘을 넣어보았다. 들어간다. 움직일 수 있다. 아직 살아있다!
나는 앞으로 훌쩍 뛰어오르며 녀석의 턱을 걷어찼다. 녀석은 몇 바퀴 뒤로 구르더니 비틀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움켜쥔 주먹. 먼지투성이 반나신. 모래의 냄새와 흐르는 땀. 빙글빙글 돌아가는 태양. 망가진 청신경. 부옇게 변하는 시계視界의 가장자리.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까만 동공의 악마, 그리고 나. 크아아아아! 녀석이 울부짖었다. 나는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맛보며 그 가장자리에 매달려 사투를 벌였다. 욕설, 절규, 휘두르는 주먹과 내지르는 발, 터지는 피, 상처 입어 꿈틀거리는 근육, 모든 것이 뒤엉켜 나뒹굴며 지옥을 만들었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혹은 영원 동안.
지옥이 깨지고 현실로 돌아온 순간, 나는 녀석의 몸 아래 쓰러져 있었다. 악마의 어깨 뒤로 태양이 눈부시다. 가슴 위에 걸터앉은 녀석의 얼굴에 순간 내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마지막이지 싶다. 피로 얼룩진 금갈색 머리털. 형편없이 멍들고 부은 얼굴에 떠오른 승리감. 부어오른 얼굴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지만, 나는 웃음 비슷한 표정을 만들어보았다. 녀석의 손에 어느샌가 아까의 몽둥이가 쥐어져 있다. 부러진 탓에 창처럼 끝이 날카롭다. 저게 곧 내 목을 꿰뚫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어렴풋이 어떤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 엄마, 아버지. 언젠가 하늘에서 만나요. 그리고 내 아우야, 먼저 간다. 못난 형이었지만,
…형?
못난 형이었지만, …응? 눈앞에 떠오른 동생의 얼굴은 어쩐 일인지 엉망진창이다. 왜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머리 옆으로 투둑, 나무 몽둥이가 떨어졌다. 죽일 마음이 없나? 나는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거기에 승리감은 없었다. 우는 듯한, 혹은 웃는 듯한 괴상한 얼굴. 덧씌워진 내, 혹은 동생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는다. 형, 녀석이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조금 움직여 땅에 내깔린 내 머리카락을 보았다. 금갈색. 금갈색?
몸을 짓누르던 무게감이 사라졌다. 녀석이 비슬비슬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로 옆에 주저앉아, 내 손을 꽉 움켜쥐었다. 떨리고 있다. 공포가 아니다. 공포가 아냐. 아아, 어쩌면.
나는 팔을 벌렸다. 녀석이 내 품에 와락 안겼다. 우리는 모래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손과 얼굴을 더듬어만졌다. 죽음 같은 침묵이 사위를 감쌌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혹은 영원 동안. 녀석이 울음을 터뜨렸다. 짐승처럼 소리내 우는 등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나는 죽지 않았다. 내 영혼의 동반자인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해.
중간중간 인간을 대입해서 본 탓에... 형제만 아니었으면 안 그랬을 거야orz부끄럽다 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