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가 그야말로 시궁창과 변소를 왔다갔다한다. 대사의 8할이 욕이다. 페인트통 엎은 양 피를 들이부은 길 위에 머리과 살점이 굴러다닌다. <어른들>은 싫어할 게 분명한 영화다. 그런데 재미있다.
2. 좋은, 하다못해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없다. 더 나쁜지 덜 나쁜지의 차이 뿐, 모두가 악당이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랑에 눈먼 단순무식한 청년이 보이는 순수함이다. 첫눈에 반하는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행동으로 보여지는 만큼은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3. 멀더 목소리의 부국장과 스컬리 목소리의 국장 콤비(라기보단 주종 같다). 세라복 차림에 블라이스 인형처럼 생긴 국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주제에 성격파탄이라니, 이것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풍자인가. 그렇지만 권력을 손에 쥔 여성은 역시 멋지다.
적에게 살해당하느니 자살을 택하려 하는 모습에서 캐릭터 호감도 대폭 상승.
부국장은 나왔다 하면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깨지는데도 목소리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멋져서 감탄을 연발하며 봤다;
하극상이 성공할 것인가 조금은 기대했는데. 보자기킹의 총에는 자비가 없다.
4. 성화며 성당이며 연설이며, 보자기킹은 그냥 갱단 두목이 아니라 완전히 사이비 교주다. 그런데 몸으로 뛴다. 무려 키높이 구두를 신고서. 그나저나 다 똑같이 생긴 쬐그만 부하들과 커다란 대장을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계속 생각하다 거의 후반부에 가서야 떠올랐다. 왕자님 level 1의
나타붐 도적단..;5. 개코가 날린 미사일에서 그을린발이 사용하던 무차별 학살을 떠올린 것은 나뿐인가. 악기(나팔이었던가) 연주가 수준급이었다. 박수 짝짝짝, 정말 감동의 연주였음.
6. 3D 배경에 2D 캐릭터를 그려넣는 한국식 노가다를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어느 정도 노가다인지는 잘 감이 안 오는 게 사실이지만, 화면이 참 예뻤다. 특히 첫 장면의 하늘과 평원과 도로와 거기서 달리는 장갑차가.
7. 개인적으로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의 구성이 좋다. (삼각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내 취향에 부합한다. 싸움 실력도 변변찮고 그저 단순 무식한 두 양아치와 백치 미인 삼인조의 앞날에 하드신의 축복이 있기를!
8. 아치는 올백보다 번개머리가 더 어울린다.
9. 박사에게 주어진 두 재료는 과연 어떤 결과물로 재탄생할 것인가. 이 영화가 남기는 최대의 궁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