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시의 지하에는 그 도시가 방출하는 온갖 오물을 처리하는 하수구가 존재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겠지만.
한강변을 내달리고 사람을 집어던지고 씹어삼키는 괴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숨이 턱턱 막혔다. 공포 영화도 아닌데 진심으로 의자 뒤편으로 물러서고 싶었다. 무서웠다. 저 거대한 생물이 스크린 바깥으로 튀어나와 현실의 사람을 찢어발길 것만 같은 기분에. 저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두려움을 가라앉힌 뒤에는 정말 잘 만들었구나 싶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보았던, 인간이 아닌 것만 같던 새하얀 박해일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지만 박해일이 연기한 남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니, 사실 모든 인물들이 다 그랬다. 뛰어난 능력도 빛나는 지혜도 없는, 그저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사람들이지만 그렇기에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다. 아무도 이 힘없는 가족의 말을 믿지 않는다. 민중의 지팡이는 강두를 정신이상자로 몰아가고 민중의 눈과 귀는 머나먼 나라의 말만을 전한다.
남일과 함께 화염병을 만들고 괴물의 몸에 기름을 부어주는 것은 경찰도 기자도 아닌 다리 밑 노숙자다. 힘없고 못 가진 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같은 힘없는 자뿐이다.
벌써 백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영화라면 백만이 아니라 천만을 돌파해도 이상하지 않다.
+언제나 그렇지만 부족한 감상으로 멋진 영화를 내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기분이 유독 강하게 든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