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와 그 원작 소설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와 그녀의 어시스던트 앤드리아의 이야기이다. 권력자인 상사가 편안한 - 혹은 제멋대로인 -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사회 초년생 주인공은 끼니다운 끼니와 제정신으로 활동 가능한 수면 시간과 모든 체력과 주의력을 다 바쳐가며 허덕거린다.
소수의 자본가가 깨끗한 옷을 입고서 백화점을 둘러보는 동안 다수의 노동자는 제대로 식사조차 하지 못하고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 그들에게 돈다발을 안겨주기 위해! - 이 구도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눈 돌릴 수 없는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나사를 조이고 또 조이던 찰리 채플린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조이려 들었고 앤드리아는 개인 휴대전화를 받으면서도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사무실이라 대답한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노리는 수많은 다른 구직 희망자들에게 밀려나지 않으려면 그렇게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 부서져가는 집과 침대 하나 넣으면 앉을 공간도 없는 싸구려 하숙방에서 살아간다. 자본과 권력을 쥔 자들이 가진 사치스러운 - 그것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몹시 당연한 - 생활도 안락함도 없이 말이다.
그래도 앤드리아에게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한 가닥 희망이 있다. 그러면 이 사회의 수많은 채플린들에게는? 레스토랑 가수로서 첫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영화 속 채플린은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을는지도 모른다. 부디 그랬길 바란다. 채플린이 걸어갈 길만이 길고 험난한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자본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길이 다 그러할 테니. 기나긴 길이 그저 고달프기만 하다면 슬픈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