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이 그려낼 수 있는 최고의 환상.
: 영군의 환상이 일순의 환상으로 이어지는 순간,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나는 그저 먹먹한 가슴으로 앉아있었더랬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아져만 가는 일순이 양치질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자기 전에 꼭 양치질을 하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진 사람 외에 누가 그를 움직일 수 있었을까.
: 그럼에도 일순은 영군을 위해 움직였다. 기억을 가리기 위해 사이보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소녀의 깡마른 어깨 뒤에 앉아 또 다른 환상을 심어주던 청년은 동시에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깥으로, 바깥으로, 손 닿는 자리에 서 있는 타인에게로.
: 복수는 허무하게 끝났지만 양말은 홀로 젖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는 단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