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이라기엔 좀 먼가... 아무튼 시간순.
1. 일루셔니스트
일단 재밌게 보긴 했는데 반전이 나를 너무 분개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 헤어진 연인이 성인이 되어서 재회하는 설정이나 고풍스러운 배경이나 환상술사 같은 게 굉장히 내 기호에 잘 맞고 이야기 자체도 괜찮긴 했는데, 근데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늬들만 잘 먹고 잘 살면 다냐!!!!!라고 외쳐주고 싶은 심정.
황태자는? 황태자는?ㅠ_ㅠ 수단이 비뚤어졌을 뿐 어쩌면 정말로 부강한 제국을 꿈꾸고 또 그렇게 만들어가려 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뒤늦게 깨닫고나니 아이젠하임이 느므 나픈놈으로만 보이고...ㅠ_ㅠ 엉엉.
2. 향수
그르누이가 지나치게 미남이었지만 썩소만큼은 완벽했고 로라는 몹시 예뻤으며 사형장은 그야말로 집단최면의 장 그 자체였다. 하지만 활자이기에 표현 가능한 판타지를 화면으로 구현하려고 했다는 게 애당초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게드전기에 분개했던 이유 중 하나가 세계관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서 그 세계관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건데, 향수도 별로 다르지 않다. 아무리 표현의 제약이 있다고 해도 판타지를 - 원작은 충분히 판타지이지 않은가 - 찍으면서 배경 설명을 부실하게 한다면 그건 이미 작품을 포기한 거다. 괜찮은 팬픽션이었지만 괜찮은 영화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영화만 본 사람들이 원작을 얼마나 우습게 알겠어 -_-;
3. 300
수없이 들은 악평에 비해 의외로 흥미로웠으나 그 흥미로움은 전부 영상에서 온 것이고 내용에 대해서는 그저 웃지요. 화면이 그럴싸해서 영화가 그럴싸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_- 페르시아가 나쁘다고 화면 안에서만 부르짖지만 말고 우선 관객을 납득시켜야하지 않겠니, 이 인종차별 문화차별 장애차별 무력만능주의자들아. 그 동네가 은하제국과 다른 점이 대체 무어냐. 내 보기엔 늬들이 더 나쁜놈 같더라. 시체산 쌓아놓고 낄낄대는 꼬라지 하고는. 그건 내 가족 내 조국을 지킨다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어. 페르시아 내지는 동양에 대한 모욕적인 묘사 하며. 감독은 설마 악역을 보여주는 방법을 금팬티 황제가 지배하는 야만적인 괴물 부대로 그려내는 방법밖에 모르는 건가. 웃기는 사실은 아무리 봐도 게이처럼 보이는 그 황제는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캐릭터였다는 것 -_- 왕비는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좀 싸우는 여자를 좋아하지.
공감할 꺼리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만으로도 인상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놀라운 영화. 300명의 그뉵남들이 인상적이었다는 게 아니고, 작살검을 연상시키는 그 화살촉 하나에까지 들인 공이 대단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