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의 장례식은 쓸쓸했다. 사용인들과 클로디아 아가씨, 성직자 한 분이 참석자의 전부로, 날씨마저 흐려 이른 오후임에도 초저녁 같았다. 모두가 저택으로 돌아간 뒤, 집사님과 나는 공터에 불을 피우고 주인님의 물건들을 태웠다. 주인을 잃은 새 물감과, 오래된 붓과 파레트, 막대한 양의 스케치북, 그리고 이젤이었다.
문 안쪽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림 속 소녀와 똑같이 생긴 시체를 끌어안고 우는 주인님과, 느리게, 너무 느려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분명히 움직여 주인님의 등을 쓸어내리던 시체의 손과, 그런 시체의 등을 쏜 총알이었다. 돌아보니 집사님이 총을 내리고 있었다. 일전에 집사님의 방에서 보았던 은색 리볼버였다. 주인님의 울음 소리가 그쳤다. 동시에 시체의 손도 멈추었다. 집사님은 지팡이를 짚고서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주인님의 몸에서 시체를 떼어낸 다음, 나를 불렀다.
"주인님을 업게."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머리였다. 두 발, 연달아 쏘았다. 주인님의 몸에서는 미약한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가벼운 몸이었다. 집사님은 문을 잠그었고,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계단을 걸어 올라온 끝에 지상에 도착했다.
"주인님, 주인님."
나는 주인님의 몸을 흔들었다. 미동도 없다. 집사님은 가만히 주인님의 맥을 짚어보더니,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불 속에 물건들을 넣다보니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양산을 받쳐든 황금빛 소녀. 지하의 시체와 닮은 것 같다고 일순 생각했지만, 께름칙한 생각은 털어버리기로 했다. 대신하듯 펄럭이며 타들어가는 스케치북을 꼬챙이로 꾹꾹 눌러넣다가, 예의 클로디아 아가씨의 그림을 발견했다.
"집사님."
"왜 그러나?"
"클로디아 아가씨가 안은 아기, 누구일까요?"
"……."
집사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불에 비친 옆얼굴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또 그늘져 있었다. 나는 대답 듣기를 포기했다. 불 속을 들여다 보았다. 금발 소녀의 그림에 불이 옮겨붙어, 태양처럼 붉게 타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건국제에는 결국 집사님이 동행하시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아가씨의 히스테리를 피할 수 있었고,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는 저택 일을 그만두었다. 벌써 십여 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아르킨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집사님은 아직도 히즈넨 저택에 계신다고 한다. 잘 나가는 사업가로 변신하신 클로디아 아가씨의 곁에서 비서 겸 집사로 유능함을 발휘하고 계신다고.
그리고 저택은 건재하다. 총을 맞긴 했지만 어쩌면 아직 괴물도 그대로일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우는 이의 등을 쓸어내리기 위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한 번 찾아가 보라.
물론 나는 평범하게 인간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싶다.
끝났다!!!
눈물이 나려 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참 저렴하지만 일단 끝 늘 그렇듯 불친절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닫기